"본능적인 트럼프…중국·러시아 외교서 예상치 못한 성과낼 것"

입력 2016-12-19 20:03  

Wide & Deep '미국 외교 대부' 키신저가 본 트럼프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은 좋은 결정
낯선 질문으로 중요한 이슈들 제기
잠재력 높아…엄청난 기회될 것

푸틴, 네트워크에 탁월한 감각
미국, 러시아 사이버공격에 보복해야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현대 외교사의 산증인이자 거목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93)이 외교경험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며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도 중국의 동맹 러시아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가운데 나온 호평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초·중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및 국무장관으로서 중국을 오가며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대단한 성과를 내면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외교’는 학문적 분석과 달라

키신저 전 장관은 18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사업가로서 트럼프 당선자가 지닌 잠재력을 조심스럽지만 낙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가 학문적 분석과는 전혀 다른 (외교적) ‘본능’에 따라 매우 중요한 이슈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외교 원칙이던 ‘하나의 중국’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하고, 국무장관에 친(親)러 성향의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하는 파격으로 관련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의 행보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어느 누구도 국무장관에게 요구되는 자격 모두를 충족시킬 순 없다”며 트럼프의 틸러슨 지명을 “좋은 결정”이라고 두둔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금은 그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이에 맞는 전략을 수립했으며,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행에 옮겨 (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중 누구를 지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 될 것”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를 “과거와 다른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현상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것”이며 “그의 당선은 충격이겠지만 동시에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매우 낯선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베트남과의 막후교섭을 통해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것과 미·중 관계를 개선한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트럼프 당선자를 “미국 현대 역사상 전례 없는 인물”이라며 “그에게 정책을 실행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자는 그의 능력을 국제무대에 적용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적절하게 정리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러시아 푸틴은 ‘냉정한 계산기’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평가했다. 그를 ‘냉정한 계산기’에 비유하며 국익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을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성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며 “그에게 러시아의 정체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산주의 붕괴로 러시아가 약 300년의 역사를 잃어버렸고, ‘러시아는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러시아 국민 마음속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푸틴이 잘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에 대한 대응도 촉구했다. 그는 “푸틴은 네트워크에 탁월한 감각을 갖췄다”며 “(미국) 정보당국은 푸틴이 미 대선과 관련된 최근의 해킹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이 해킹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러시아가 미국을 해킹하고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며 “미국도 사이버 공격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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